
<동물농장>의 가장 뛰어난 생물학자들이 다시 의욕적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성과가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추위와 주위 환경의 스트레스와 도시의 오염 물질에 견딜 수 있는 사자의 변종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성공은 즉각적이었다. 애완용 사자는 곧 대중의 총아가 되었다. 새끼 사자들은 매우 귀여웠다. 강아지보다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새끼 고양이보다 털이 더 복슬복슬한 새끼 사자들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살아있는 마스코트가 되기에 딱 좋아보였다.
사자를 줄에 매어 데리고 다님으로서 유행을 선도한 공인은 다름 아닌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제 자기의 검은 라브라도르 사냥개로는 대통령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을 재빨리 간파했다. 국가 원수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백수의 왕이 어울렸다. 그리하여 금갈색 사자 한 마리가 엘리제 궁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대통령이야 당연히 우러러 보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였다만, 이 사자를 곁에 둠으로 해서 그의 위엄이 한결 돋보였다.
유행은 빠르게 번져 갔다. 이제 주위 사람들의 기를 죽이는 데에는 사자를 갖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었다. 물론 사자는 개나 고양이에 비해 구입하고 기르는 데에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었다. 하지만 사자를 가지고 있으면 자기가 남보다 앞서간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파리의 남녀들은 더 주저하지 않고 새끼 사자나 커다란 사자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을 통해 스스로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고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야수의 속성을 버리지 못한 일부 사자들이 거리에서 개를 잡아먹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스스로를 보도의 지배자로 여겨 오던 핏불 여러마리가 봉변을 당했다. 어떤 사자들은 고양이를 먹이로 선택했다. 주인들은 사자의 왕성한 식욕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 그저 아연한 눈길로 바라볼 뿐이었다. 사자는 엄청난 먹보였다. 그리고 아프리카 평원에서 기나긴 세월 동안 획득된 습성이 한 세대만에 사라질 리가 없었다.
급기야 어떤 아이가 사자에게 물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자 애호가 협회는 그 사이에 벌써 강력한 압력 단제로 부상되어 있었다. 협회의 가장 든든한 응원군은 정육업자들이었다. 사자 한 마리가 하루에 먹어 치우는 고기는 약 10킬로그램에 달했다. 사자 애호가들이 늘어나면 늘수록 정육업자들의 수입이 늘어날 것은 자명했다. 그리하여 사자 주인들과 정육업자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친사자 연대가 형성되었다. 사자의 판매나 도시 지역 내의 통행을 제한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상정되었지만, 번번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가 좌절되었다. 의원들은 그토록 잘 조직된 수많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사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자의 유행은 이제 기정사실이었다. 사법부조차 사자 애호가들의 편이었다. 애완 동물에 관현 법규를 위반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자 주인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법원의 늑장으로 그들에 대한 처벌은 마냥 뒤로 미뤄졌다. 재판이 벌어져도 경미한 벌금이나 단순한 경고 조치로 끝나기가 일쑤였다. 사자가 사람을 물어 죽인 사건인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처음에는 개나 고양이의 애호가들과 어린이 보호 단체의 항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힘없는 소수파가 되어버렸다. 개,고양이 먹이 제조업자들의 단체는 정육업자들의 단체만큼 부유하거나 강력하지 않았다. 사자 주인들과 사자보다 약한 동물의 주인들 사이에 일종의 대립관계가 형성되어 있기는 했지만, 사자에 반대하는 진영이 너무 겁을 먹고 있어서 그 대립이 표면화되지는 않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중에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담겨있는 글이다.
말도 안 되는 상식 밖의 이야기지만, 실제 현실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돌아버린건지 세상이 돌아버린건지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미 사회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나버린 이 시점에서 신중하게 선택해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