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분당 서현역에 갈 일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하나 남은 음반 가게마저 문을 닫고 다른 점포가 들어서있더군요. 비록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꽤 장사가 잘 되는 곳이었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가 쏠쏠할 정도로 좋은 음반들이 많았었는데... 그곳마저 문을 닫았다는 현실과 마주하니 참으로 많이 씁쓸합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명동에 있던 파워스테이션이나 타워레코드를 주말마다 찾아다니며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모아 음반 구입했던 추억이 있을 정도로 저에게는 음반 가게는 단순한 음반을 파는 곳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었습니다.

위 음반은 Eric Johnson의 'Alien Love Child / Live and beyond'(2000) 라는 음반입니다. 사실 이 음반을 소개하는데 제목에 음반가게를 운운하니 생뚱맞아 보일 수는 있겠다만, 구입하게 된 경로가 조금은 남다른 음반이기 때문이죠. 예전 분당 서현역에는 원래 음반 가게가 두군데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군데가 장사가 안 되서 마감행사로 사장님께서 모든 음반을 반 가격으로 내놓으셨죠. 그때 운좋게 구입하게 된 음반이 바로 이 음반입니다. 사실 예전부터 구하고 싶었지만,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하는 음반이라 선뜻 구입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거든요. 아마 이 음반 외에 제프 벡의 벡콜로지라는 3장짜리 음반도 함께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1. Zenland
2. Last House On The Block
3. Rain
4. Enzo Shuffle
5. Once A Part Of Me
6. Don't Cha Know
7. The Boogie King
8. Elevator Sky Movie
9. Shape I'm In
10. World Of Trouble
신기하게도 정규 음반임에도 마지막 트랙인 'World of Trouble' 외에는 스튜디오가 아닌 실황 공연 녹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실로 대단한 자신감이 아닐 수 없지요. 요즘 우리나라 가수들은 무대 위에서도 입만 뻥긋거리거나 대여섯 단어만 직접 부르고 나머지를 미리 녹음된 목소리로 대체해버리는 기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마당에 정규 음반을 보정없이 라이브 무대에서 행했던 음원 그대로를 음반으로 발표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아마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Alien Love Child'는 위 음반의 음반명이 아닌 에릭 존슨이 1994년에 결성한 사이드 프로젝트 밴드 이름입니다. 전작인 'Venus Isle' 을 녹음하는 중에 'Alien Love Child' 활동을 간헐적으로 하였는데 그것이 팬들에게 호응이 좋아서 스티브 바이의 Favored Nations 레이블에서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적인 성격은 기존의 'Ah Via Musicom'(1990) 이나 'Venus Isle'(1996) 과는 노선이 많이 다릅니다. 기존 솔로 정규 음반은 블루스 연주에 기반을 둔 즉, 펜타토닉 스케일을 사용하면서도 마치 펜타토닉 스케일이 아닌 것처럼 코드를 분산하여 유려한 선율이 뽑아냄으로써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위의 음반은 보다 정통 블루스 연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음반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를 아는 분이라면 반드시 찾아서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솜사탕 같은 퍼즈톤은 역대 그가 녹음한 어떤 음반보다도 짙게 빛을 발하고 있고 'Once A Part of Me'는 기존 에릭 존슨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상당히 이색적인 곡으로서 아주 끈적하고 운치가 넘치는 곡입니다. 아마 객원보컬 Malford Milligan의 기막힌 역량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Rain' 역시 스쳐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곡으로서 2002년 그래미 어워드 Best Pop Instrumental Performance 분야에 후보로 오른 바 있습니다.
만약 음반 구매하는 것에 부담이 되신다면 유튜브 등에서 Eric johnson / House Of Blues 로 검색을 하시거나 국내 P2P 사이트 등에서 Eric johnson / House Of Blues 동영상을 구하셔서 감상하시는 것도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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