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이야, 그 위대함을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만,
이 박스셋까지 위대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1만 한정판이라는 타이틀과는 무색하게 시리얼 넘버조차 찍혀있지 않고, 세상에 나온지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아직까지 어지간한 온/오프라인에 널려있는 시추에이션을 바라본다면, 한정판이 맞기는 하나 싶은 의혹이 짙게 깔리게 마련이다. 사실, 초판이 다 팔린 이후에 다시 기존 초판의 미스프린팅을 수정해서 재판이 나온 상태이다. (근데 왜 한정판이라고 해서 나왔는지 의문스럽다.)
콤팩트 디스크의 시대가 이제 황혼기에 접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이런 끝물에 한정판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장사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EMI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엿보인다.
일단 박스를 열어보았을 때, 22만원의 돈을 투자한 것 치고는 보는 재미는 그닥 없다, 마감 또한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으며, 주얼케이스보다 보기 좋다고 애써 자위하면 위로가 되겠다만, 관리 역시 불편한 것은 사실... 그러나 종이 자체의 질은 매우 견고해서 여름철 습기 등으로 인한 특별한 관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걱정 안해도 되겠다.
부속물에 있어서는 포스터와 마우스 패드? 같은 것이 2개 포함되어 있는데 적어도 가사집 정도는 부클릿으로 따로 첨부했으면 더욱 좋지 않나 싶다.
가사가 있는 음반도 있기는 한데 엘피를 그대로 복각한답시고 슬리브 위에 깨알만한 글씨로 가사를 써놓았지만, 글쎄 시력 1.5의 내 눈알로도 판독이 그리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가사가 없는 음반도 있으니 그 아쉬움은 더 하다.
음질에 있어서는 이 박스셋을 위한 별도의 리마스터링은 하지 않았고, 기존 90년대에 했던 리마스터링 음원을 그대로 옮겨왔다. 사실, 핑크플로이드 경우 70년대에 녹음된 음반이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음질로 녹음이 되어 있던터라 리마스터링의 효과가 동시대의 밴드에 비해 눈에 띄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서 기존의 리마스터링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원래 좋은데 다시 마스터링해봤자, 그 효과가 극적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솔직히 나는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전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거의 안 듣는 음반도 있기에 본전 생각이 나기는 하지만, 책상 위에 턱하니 놓여있는 요놈의 박스를 보면 흐뭇하기는 하다..
데이빗 길모어 체제의 핑플은 영... 말랑해서 듣기 밍밍하다. 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