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8일 월요일

곁다리로 산 놈치고 부실한 놈 없다.

 

일단, 곁다리를 정의할 필요가 있는데

 

곁다리란 백화점에서 10만원 이상 구매하면 5천원짜리 상품권 준다는 행사에 10만원을 억지로 채우기 위해 구입하는 물품이라 할 수 있겠다.

 

내 경우, 인터파크에서 5만원 이상 구매하면 준다는 I 포인트에 눈이 멀어서 자주 곁다리로 음반을 구입하고는 하는데, 늘 곁다리로 산 음반이 본래 사려했던 음반 이상의 만족감을 내게 주곤 했다.

 

그래서 곁다리 음반 구입 베스트 3 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비틀즈 리마스터링 음반과 함께 산 쇼스타코비치의 재즈앨범이다. 물론 예전부터 사려고 북카트에 담아두었던 놈이었지만, 결제버튼을 누르기에는 그 유혹이 늘 미적지근했었다.

 

일단, 이 음반에 앞에 적혀있는 단어 세개를 붙여보자.

리카르도 샤이 + 로얄콘서트헤보우 + 데카

바로 답이 나온다. 바로 극강의 음질이다.

 

사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교향곡 5번이랑 10번인가? 2곡 정도밖에 안 들어봤고 그다지 감흥도 못 느껴왔던지라 기피 아닌 기피 대상이었으나, 재즈앨범 경우 인터파크에서 늘 첫머리로 광고를 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평들 역시 대중적이라서 좋았다는 것에 한번 속는 셈치고 구입하였다.

 

굉장히 쉽다. 클래식이라고 하기에는 곡의 길이도 짧고 선율도 매우 친숙하다. 좀 어둡기는 하지만 적잖게 흥겹고, 아기자기하다.

 

뭐랄까... 전면전을 하루 앞둔 군인들이 추는 왈츠 같기도 하다. 구슬픈 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궁상맞지도 않고, 군데 군데 귀엽기까지 하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아침 운동장 조회가 끝나고 줄 맞추어 교실을 향할때 나오는 음악 같기도 해서 유년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그외 오래된 월트디즈니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흑백 만화영상의 추격전 배경음악 같기도 하다.

 

마냥 음악이 좋기보다는 이래저래 예전의 구닥다리 기억들을 새록새록 끄집어 내니 참... 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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