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5일 월요일

돌이켜보면 지금 아끼는 것 중 첫인상이 좋은 것은 없었다.

블러의 음악도

보헤미안 랩소디도

구스타프 말러의 거인도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도

쇼팽의 스케르초도

 

처음부터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에 가장 즐겨보는 만화책 <은혼>...

사실 어지간한 만화책은 다 좋아하고 즐겨보지만,

이 만화책처럼 여러번 반복해서 본 경우는 드래곤볼, 슬램덩크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이 만화책 역시 처음에는 정말 재미가 없었다.

한권은커녕 10페이지도 못 넘기고 내팽개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거의 1년 가까이 손도 안 대고 있던 만화책이었는데, 동생이 26권인가.. 25권인가 빌려온 것을 시간이나 죽여보자라는 의도로 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1권부터 읽기 시작했고, 지금은 심심할 때마다 다시 보는 완소 만화책이 되어버렸다.

 

<은혼>의 배경은 장소는 일본이요, 시대는 사무라이와 외계인이 공존하는 아리송한 시대이다.

주인공은 과거 외계인을 몰아내기 위한 사무라이 단체의 실력파 검객이었으나, 지금은 개인 해결사 사무소를 열어 무한 잉여짓을 하고 있는 외관상은 한심한 목검 검객이다.

대충 내용은 일단 외계인에 종속하는 정부, 그리고 정부 산하의 신선조, 그리고 외계인에 반발하는 사무라이 집단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주이다.

 

허나 이 만화책의 묘미는 표면상 드러나는 이야기보다는,

각 화마다 담긴 촌철살인의 주제를 변죽을 울리는 식으로 풀어내는 유연함과 여유, 그리고 언어유희를 이용한 유머가 아닐까 생각한다.

각 주제는 보편적으로 옮은 이야기이면서 어떻게 보면 되게 진부한 표현들이지만, 노골적이지 않게 은밀한 곳에서 생뚱맞게 표출함으로써 그 주제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쏠쏠한 매력이 있다.

 

만약 일본어에 자신있다면, 원어로 된 만화책을 보는 것이 이 만화책이 주는 유머를 십분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난 불행히도 일본어를 배우지 못한 무식한 중생이라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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