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것은 철저한 기호 상품이어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좋은 음악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이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그런 음악이 소수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중에 한장이 클로드 볼링과 장 피에르 람팔의 협연이 담긴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이다.
어머니께서 매우 아끼는 음반이어서 내가 꼬맹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요일 아침이면 심심치 않게 거실 스피커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나도 퍽이나 좋아하는 음반인지라 주변에 아끼는 사람이 있으면 망설임없이 나누어 주고픈 음악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놓고 정작 사준 적은 한번 밖에 없는 것 같지만서도...)
내 경우에는 음악이 참 듣고 싶은데 마땅히 뭘 들어야하나 고민이 될 때 늘 안전빵(?)으로 집어서 듣는 음반인데 역시 들을 때마다 "음... 탁월한 선택이야~"라고 혼자 중얼거리게 만드는 음반이다.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클로드 볼링에 의해 1973년에 작곡되었으며 1975년에 CBS 마스터웍스에서 발표되었다.
연주 멤버는
로 구성되어 있고, 당시 클래식계 유명 플룻 연주가인 장 피에르 람팔과의 협연으로 그 시대에는 흔치 않던 재즈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가 이루어져 많은 이목을 끌었으며 상업적으로도 빌보드 탑 40에 530주동안 머무르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크로스 오버 최대의 역작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까지도 4번 정도의 다른 레이블을 거쳐 리마스터링된 CD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 Baroque and Blue (5:18)
- Sentimentale (7:44)
- Javanaise (5:22)
- Fugace (3:54)
- Irlandaise (3:03)
- Versatile (5:08)
- Veloce (3:40)
일단 첫 곡부터 들으면, "아~ 이 노래.."라고 할만큼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며. 다음곡도 그리고 다다음곡도 온통 익숙한 멜로디 뿐이다. 처음 재즈를 접하는 사람도 기존의 난해함이라는 선입견 따위는 고이 접어버려도 될 정도로 온통 쉽고 달콤하게 들리는 곡들로 가득 차있다. 그러면서도 진부하고 뻔한 느낌조차 들지 않으니 신기할 노릇이다. 더구나 세상에 나온지 30년이 훌쩍 지난 음반임에도 쾌쾌한 세월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오히려 들을 때마다 신선하다.
플룻 특유의 목가적인 음색과 통통 튀는 피아노 연주와의 하모니는 언제 들어도 참 깜찍하고 아기자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굳이 듣는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있다면 하늘하늘한 연분홍 색상의 리본 달린 레이스 같다고 할까나... 바로크 양식이 내재되어 있는 만큼 화려한 이미지를 지우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남자들이 듣기에 부대끼는 정도는 아니니 징 박힌 가죽 재킷을 입고 시내를 누벼대는 바이크 마초 형아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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