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가이면서 음악 교육의 개혁자인 졸탄 코다이가 슈만의 글을 인용해 자신의 학생들에게 한 연설문입니다.
비록, 클래식 음악을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문이지만,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음악을 사랑하고 공부하고 평생 함께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딱딱한 글일 수도 있으나 한 문장, 한 문장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한번 읽어봅시다.
학생 여러분, 방학을 맞이하는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두세달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정원사가 두 달 동안 공원을 돌보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누가 좋은 음악가일까요? 100년 전 슈만은 이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 글이 여러가지 번역판으로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학생들이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책이 도서관에서 대출된 것은 단 한번 뿐입니다. 지금의 똑똑한 학생들조차 최신시설의 도서관이 주는 편리함을 이용하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저는 음악학자가 아니라 진실로 음악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고, 그들이 읽을 가치가 있는 몇 권의 책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이것들 중 하나가 슈만의 글입니다.
무엇보다 귀를 훈련시켜야 합니다. 종소리, 유리 소리, 새소리, 자동차 소리에서도 음을 찾아보십시오. '절대음감'이란 신화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훈련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사실 "A"라는 음도 국제회의를 통해 결정되기 전까지는 지역마다 달랐습니다.
원래의 빠르기로 연주하세요. 어떤 사람은 술 취하듯이 비틀대며 연주합니다. 본받지 마세요. 기본적인 법칙을 공부해서 화성학이나 대위법 같은 학구적인 용어가 나올 때 긴장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음악을 평범하게 연주하는 것보다 쉬운 음악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음악은 손가락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악기 없이도 속으로 음악을 연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피아노를 2년동안 공부해 온 한 소녀가 3주 동안 모차르트를 연습해왔습니다. 레슨 시간에 늦게 도착한 이 아이가 마침 연주 중이던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지금 연주하고 있는 곡이 뭐에요?"
선생은 놀라서 대답했습니다.
"오늘 레슨받기 위해 연습해온 곡이잖니?"
왜 소녀는 그 곡을 몰랐을까요? 그 이유는 선생님이 전혀 틀리지 않고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곡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 시대의 음악 교육의 결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날마다 음악을 공부하면서 피곤하다고 느낀다면 중지해야 합니다. 맑고 신선한 느낌없이 공부하는 것보다는 쉬는 편이 낫습니다. 쉬면서 시를 읽으십시오. 브람스는 "잘 연주하려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음악가는 위험한 직업입니다. 수많은 연주가들이 건강을 소홀히 여겨왔습니다. 클라라 슈만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가장 큰 교육은 바로 건강유지였다.'고 고백했습니다.
유행하는 것만 연주하지 마세요. 유행하는 곡은 곧 유행에 뒤처지는 것이 됩니다. 사람은 설탕이나 초콜릿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대가들은 풍부한 음악적 영향분을 제공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먹어야 합니다. 좋지 않은 음악은 퍼지지 않게 하세요. 그러나 그 전에 당신은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연주가 훨씬 유연해지고 탄력이 생겨서 생동감으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악기를 사랑하세요. 그러나 자신의 악기가 최고라는 자만심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최고의 음악은 앙상블입니다. 모든 사람이 제1바이올린만 고집한다면 어떻게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겠습니까?
자, 그러면 누가 좋은 음악가일까요? 만약 당신이 특별히 어떤 곡에 자신이 없다거나 연주가 끝날 때까지 그 속에 빠져 있을 수 없다면 좋은 음악가가 아닙니다. 우연히 악보가 두 장이 넘어갔을 때 연주를 멈춘다면 그 사람도 아닙니다.
좋은 음악가란 처음 보는 악보를 접했을 때 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낼 수 있고, 아는 악보를 보고 그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음악이 손만이 아닌, 머리와 마음에까지 있는 사람이 좋은 음악가인 것입니다.
귀로 음악을 듣고 빠르게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재능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타고난 재능은 훈련을 통해서만 발전될 수 있습니다. 산속에 숨어지내며 연습하는 것으로는 결코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없습니다. 오케스트라나 앙상블, 합창단과 가까이 하면 훌륭한 음악적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쉽게 결정하지 마세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음악이 많습니다. 음악적 창조력과 영감을 가지고 있다면, 망상에만 사로잡혀 있지 말고 기록하고 정리해야만 형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우아한 음악적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른 예술 분야와 과학, 인생의 모든 분야를 깊이 공부하세요. 삶이 없이는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 예술 없이도 삶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도덕이나 예술은 그 법칙이 같습니다. 위대한 예술가가 된다면 나머지는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음악가의 최고 경지는 아무리 복잡한 악보를 보면서도, 듣지 않고, 그것을 이해하고 상상해내는 단계입니다. 이것은 내적인 귀를 발전시킵니다.
어른들은 빨리빨리 발전하기만을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러한 것보다 슈만의 충고가 더 필요합니다.
잘 훈련된 귀, 잘 훈련된 마음, 잘 훈련된 지식, 잘 훈련된 손 - 이 네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뒤처지거나 앞서간다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까지 마지막 것, 잘 훈련된 손에만 집중해왔습니다. 이것은 다른 것을 뒤처지게 만들었습니다. 잘 훈련된 지식은 어느 학교의 음악 커리큘럼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들의 약점은 모든 그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자, 그럼 이런 길고 지루한 공부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주위 사람들의 칭찬? 명성?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최고 수준까지 갈고 닦는 것이야말로 재능을 받는 사람들이 수행해야 할 책임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가는 그가 사람들, 자기 민족, 나라, 세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그것을 이루는 강렬한 힘 가운데 하나이며,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갚아주는 사람이 인류에 대한 예술가의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완변한 음악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완벽을 목표로 계속 노력하면 그 거리를 좁힐 수 있고, 적어도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슈만의 이 말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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