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4일 목요일

첫 눈에 반했다.

개인적으로 의심이 매우 많은 편에다가 스스로 대단히 변덕스로운 성격이기에

첫 눈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쉽게 주지는 않는 편이며, 혹여나 주더라도 부리나케 토라져버리는 지랄맞은 성격이라고 늘 자부해왔으나,

 

역시나 예외는 존재하는 것 같다.

 

 

바로 첫눈에 반한 상대는 "슈만의 피아노 4중주 E flat Major Op.47"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곡이 아직까지 손에 꼽을 만큼의 숫자밖에 레코딩이 안 된 것이 매우 의아할 정도이다.

 

내가 가지고 음반은 글렌 굴드줄리어드 실내악단이 협연한 연주로 기존의 글렌 굴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의외의 연주일 수 있는 음반이다.

본래 늘 혼자있기를 좋아하고 바흐 같은 고전주의 연주를 장기로 삼는 그가 슈만의 곡을 그것도 4중주곡을 녹음했으니 말이다.

 

Glenn Gould (piano) &
Members of Juilliard String Quartet
Robert Mann (violins)
Raphael Hillyer (viola)
Claus Adam (cello)

 

여튼 각설하고 글렌 굴드의 연주 외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서 이 음반을 구했지만, 인터넷 서핑을 한 결과 대체로 괜찮은 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을 하고 들을 수 있었다.

 

I. Sostenuto assai - Allegro ma non troppo (9:02)

II. Scherzo. Molto Vivace - Trio I - Trio II (3:42)

III. Andante cantabile (7:59)

IV. Finale. Vivace (7:09)

 

총 4악장에 러닝타임은 30분에 조금 못 미치는 곡으로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거부감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낭만주의파 작곡가답게 탄탄한 구조보다는 유려한 선율이 보다 돋보이며, 동시대의 음악적 동지인 쇼팽의 음악보다 더 절절하면서 조금은 거친 느낌이 잘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가 매우 유명한데 그 유려한 선율은 그 누가 듣더라도 "와..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왜 이제서야 듣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차있다.

 

도입부에서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서로 주선율과 부선율의 포션을 스위칭해가며 피아노의 반주 위에 선율을 그려낸다. 그리고 1분 30초부터 피아노 역시 멜로디를 함께 연주해가며 일찍부터 곡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그 후 잠시 숨을 고른 후 느리게 현악기가 곡을 이끌어나가며 피아노가 덧대여진다. 마지막으로 다시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도입부와 같이 주선율과 부선율을 연주하면서 잠시 소강 상태였던 곡에 마지막 활력을 불어넣으며 피아노의 연주와 함께 클라이막스로 치닿고 마침내 첼로의 주선율 연주로 곡은 마침표를 찍는다.

 

마지막 악장인 4악장 피날레, 비바체는 이 곡에서 가장 전투적인 곡으로 글렌 굴드 특유의 전율스러운 터치가 빛을 발하는 곡이다. 전 파트에서 서로 잡아먹을 듯이 연주를 하며 듣는 이를 초긴장 상태로 밀어넣는다. 이러한 경합은 3분이 지나서야 조금은 주춤해지며 서로 숨을 고르게 된다. 그렇지만 절대로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는다. 그리고 5분이 조금 지나서부터 서로의 페이스를 올려가며 다시 한번 혼신의 힘을 쏟아 경합을 벌이며 곡의 끝을 맺는다. 어지간한 하드록 이상의 에너지가 담긴 곡으로 들을 때마다 "화~~"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속이 후련해지는 곡이다.

 

그 외에 1, 2악장 역시 앞서 다룬 3,4악장 못지 않게 넘치는 활력과 유려한 선율을 담고 있다.

사실 실내악 연주는 클래식의 범주 내에서도 접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카테고리이지만, 이 곡만큼은 그 누구도 쉽게 감동받을 수 있는 곡이라고 자신한다.

 

위의 글렌 굴드의 협연 음반은 슈만 피아노 4중주 외에 브람스 피아노 5중주를 커플링곡으로 수록하고 있다.

다만, 브람스 피아노 5중주(with Montreal String Quartet) 경우 녹음 시기가 오래된지라 음질면에서 마이너스가 될만한 여지가 다분히 있지만, 연주 자체는 슈만의 피아노 4중주 그 이상의 대단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으로 반드시 일청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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