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rillaz의 신보 "Plastic Beach"
따끈따끈한 음반을 한장 구입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발표된 그들의 세번째 정규 음반이다.
기존의 고릴라즈 음반에 비해 프로그래밍의 비중을 높여서 뼈속까지 아날로그파인 나에게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여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인만큼 최소한의 예의 표시는 해야겠다.
먼저 "Gorillaz"라는 밴드에 대해 간략히 주절거려보자.
Gorillaz 는 1998년 블러의 리더인 데이먼 알반과 탱크 걸이라는 코믹북의 작가인 카투니스트 제이미 휴렛에 의해 탄생한 가상의 밴드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잠깐 나왔다가 빛의 속도로 잊혀진 가상의 가수 "아담"과 같은 콘셉트라고 보면 된다.
이 가상의 밴드는 2D, 머독, 누들, 러셀 등 4명의 캐릭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 멤버에 대해 신기하게도 위키피디아 사전에 꽤나 깊고 자세한 설명으로 모두 등재가 되어 있다.
구라도 진지하게 쳐버리면, 참으로 무시하기 힘든 법이다.

일단 이번에 나온 정규 세번째 음반인 "Plastic Beach" 이전까지의 행보는 기네스 북에 기록이 될 정도로 유례없는 크나큰 성공을 이루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집 "Golliaz" http://en.wikipedia.org/wiki/Gorillaz_(album)
2집 "Demon Days" http://en.wikipedia.org/wiki/Demon_Days
간단히 이들의 음악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이몽룡과 줄리엣, 카사노바의 삼자대면" 이랄까?
기존에 도무지 함께 하기 힘들었던 '장르'라는 카테고리에 갇힌 무수한 음악들이 자신의 영역을 타파하고 '고릴라즈'라는 이름 아래에 함께 하고 있다.
이러한 음악이 가능한 이유는 음악의 모든 키를 쥐고 있는 데이먼 알반의 오지랖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1995년에 발표된 블러의 "The Great Escape"까지 누구보다 영국적인 음악만 해왔던 그였지만, 같은 시기에 오아시스가 발표한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에게 깔끔하게 털려버린 이후에 스스로 구축했던 브릿팝이라는 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나라의 음악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면서 그의 행보는 이전과 180도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행보는 스스로 음악적으로 큰 성장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상업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지금까지 이어오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개점휴업을 선포해버린 오아시스와 비교하자면, 그 전세가 결국 역전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고릴라즈는 당연히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이기도 하지만, 제이미 휴렛에 의해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이어지는 일련의 스토리가 이들 버추얼 카툰 밴드의 치명적 매력으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며, 그것 자체로서 예술의 가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음악적인 부분만을 다루기로 한다.
기존에 가장 먼저 발표된 셀프 타이틀 앨범인 "Gorillaz"는 드럼 & 베이스에 뿌리를 두고 힙합의 리듬과 브릿팝의 멜로디가 로우파이한 사운드의 배경 위에 그려지면서 음흉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자아내며 많은 팬들의 이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4년 후 2005년에 발표한 "Demon Days"는 그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모든 면에서 발전된 모습으로 전세계적으로 전작을 훨씬 뛰어 넘는 성공을 이루어낸다.
그 이후, 고릴라즈는 무수한 루머 속에서 사실상 '해체가 아닌가.'라는 분위기에 휩싸이며 사람들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진다. 고릴라즈의 비활동 기간동안 음악을 만드는 데이먼 알반이 다른 사이드 밴드를 만들어 지속적인 활동을 했고 마더쉽인 블러가 헤어졌던 그레이험과 다시 만나게 되면서 고릴라즈의 해체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그들의 새로운 음반이 우리 앞에 나타났으니 이제부터 이번에 발표된 "Plastic Beach"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번에 발표된 "Plastic Beach" 는 기존의 셀프타이틀 "Gorillaz"와 "Demon Days"와는 그 노선이 사뭇 다르다.
전작의 음악을 구조적으로 살펴볼 때 리듬과 멜로디의 비중을 60:40 정도라고 가정하면, 이번에는 리듬과 멜로디의 비중이 40:60 정도로 리듬보다는 멜로디에 비중을 더하고 있다. 힘합적인 요소를 상대적으로 줄인 대신 과감하게 멜로디의 경계를 넓여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사운드에 있어서 기존에는 로우파이한 드럼 & 베이스 사운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보다 세련되고 깔끔한 사운드를 통해 리듬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인스턴트 냄새가 많이 나는 바람에 인위적이고 조금은 거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며 기타의 편성보다 신디사이저의 편성을 지나치게 비약적으로 늘리면서 그러한 느낌을 배가시키고 있다. 아.. 빌어먹을 인스턴트 스멜~~
또한, 멜로디에 있어서도 좀 더 다양한 뉘앙스의 선율을 적용하였지만, 이로 인해 고릴라즈 특유의 어둡고 음흉한 분위기가 희미해지고, 결국 키치(Kitch)한 부분만 남아 기존에 내놓은 고릴라즈 음반 중에 가장 깊이가 얕고 무게감이 덜한 음반이 되버린 것 같다.
처음 고릴라즈를 접한 이에게는 가장 쉽게 들릴만한 스위티한 작품일 수는 있겠지만, 기존의 팬들에게는 글쎄 그냥 쉬었다가는 음반이랄까. 임팩트가 부족하고 밍밍하고 재미없는 그냥 그런 음반이 될 수 있겠다.
더구나 "On Melancholy Hill"에서의 참을 수 없는 말랑함은 어쩌란 말인가... 블러 시절에도 이 정도로 말랑한 음악은 하지 않았던 같은데 고릴라즈 음반에서 이런 노래를 듣게 되어 당황스럽다.
솔직히 "이거다."라고 추천하고픈 곡이 한 곡도 없다..
01. Orchestral Intro (Feat. sinfonia ViVA)
02. Welcome To The World of The Plastic Beach (Feat. Snoop Dogg and Hypnotic Brass Ensemble)
03. White Flag (Feat. Bashy, Kano and The National Orchestra For Arabic Music)
04. Rhinestone Eyes
05. Stylo (Feat. Mos Def and Bobby Womack)
06. Superfast Jellyfish (Feat. Gruff Rhys and De La Soul)
07. Empire Ants (Feat. Little Dragon)
08. Glitter Freeze (Feat. Mark E Smith)
09. Some Kind of Nature (Feat. Lou Reed)
10. On Melancholy Hill
11. Broken
12. Sweepstakes (Feat. Mos Def and Hypnotic Brass Ensemble)
13. Plastic Beach (Feat. Mick Jones and Paul Simonon)
14. To Binge (Feat. Little Dragon)
15. Cloud of Unknowing (Feat. Bobby Womack and sinfonia ViVA)
16. Pirate J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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